【의왕저널 8호-15면】 피플 & 칼럼 《잡초의 미움받을 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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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왕저널 8호-15면】 피플 & 칼럼 《잡초의 미움받을 용기》
  • 김미나 기자
  • 승인 2023.09.03 21: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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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호 초빙교수 (한세대학교)

중년의 남성들은 노래방에 들렀다가 부르는 노래 중 하나가 있습니다. 주병선의 칠갑산입니다. ‘콩밭 매는 아낙네야 베적삼이 흠뻑 젖는다. 무슨 설움 그리 많아 포기마다 눈물 심누나~’ 어릴 때 배고프고 빡빡한 시골 생활에서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 존재, ‘어머니’를 떠올리며 부르는 노래입니다.

사랑하는 자식의 배를 곯게하지 않으려는 그 어머니의 주업이자 부업은 바로 농업이었습니다. 호미를 쥐고, 가사 중 나오는 콩은 비옥하지 않은 자갈밭이나 공간 활용을 극대화하여 작물 심은 주위인 논두렁 밭두렁에 심었습니다. 가사로 볼 때 규모가 그리 크지 않아 그 흔한 두레, 품앗이 조차도 엄두를 못내는, 말 그대로 어머니 혼자만의 노동입니다.

농업이 힘 드는 가장 중요한 작업은 작물에 해를 가하는 잡초제거, 즉 김매기입니다. 배고품을 해결하기 위한 과거의 모진 노동의 농업에서, 즐기고 행복을 느끼는 도시농업인 ‘애그리엔터테인먼트’로 바뀐 지금도 여전히 정원이나 텃밭에서는 잡초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잡초는 산과 들판에 알아서 번식하는 잡다한 풀로, 인간에 의해 재배되는 식물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우리 인간에게는 별 쓸모가 없지만 특정한 식물 종을 분류하는 용어가 아님을 기억 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실 우리가 기르지 않는 식물이지만, 잡초란 이름처럼 잡초는 그저 의미 없는 천덕꾸러기만은 아닙니다. 잡초의 번식능력은 엄청나게 왕성해서 농업에 있어선 재배 중인 작물의 영양소를 뺏어 먹는 건 물론이고, 잎사귀나 줄기가 작물을 뒤덮으면 성장은 물론 생존까지 방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콩밭 매는 아낙네의 고된 노동의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그런데 잡초를 손쉽게 제거해보려는 인간의 노력이 오히려 잡초를 세계적으로 확산하고 더욱 잡초의 생명력을 강하게 하고 있습니다. 얼핏보면 쑥과 비슷한 외래종 돼지풀이 있습니다. 돼지풀은 경제개발의 여파로 강변에서 농경지로 진출하여 우리나라까지 넘어와 문제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계란후라이를 해놓은 것처럼 꽃이 피는 개망초도 제초제의 저항성을 이겨가며 퍼지고 있어 농사가 망한다는 망초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습니다. 밭의 대표적인 잡초인 비름도 마찬가지이며 하나같이 인간의 과다한 제초의 노력이 가져다준 잡초의 성장입니다.

우리 어릴 때 콩밭 매는 아낙네의 시대보다 과학이 발전한 지금 이 시대가 훨씬 더 잡초의 세력이 강해졌다는 말입니다. 우리의 정원이나 텃밭에서의 지나친 유기합성농약과 제초제의 사용은 잡초라 불리우는 그네들의 존재감이 커지게 되어 우리를 더 큰 혼란에 빠트리게 될지도 모릅니다. 잡초는 우리 인간과의 전쟁에서 반드시 성공하게 되어있습니다. 작물은 인간의 필요에 의해 연약하게 자라고 있지만, 잡초는 인간의 보살핌 대신 자연의 섭리를 그대로 따르기 때문입니다. 잡초는 필요 없는 잡스러운 풀이 아닙니다. 랄프 왈도 에머슨은 잡초란 아직 그 장점이 발견되지 않은 식물이라 설명합니다.

우리가 사는 아파트 주변, 노상의 녹지공간에 너무 지나친 제초의 노력보다 조금은 깔끔해 보이진 않더라도 장점이 발견되지 않은 식물이 듬성듬성 있는 그런 모습을 보는 것도 행복이라 여깁시다. 우리는 모든 면에서 날마다 날마다 좋아지고 있습니다.

(pjhspeec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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